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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고 싶은 일을 하자

나의 첫 크래프트 맥주 입문기

by 박빵떡 2020. 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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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호기심이 굉장히 강한 사람이다. 편의점에서 새로운 음료수가 나오면 '저건 무슨 맛일까, 혹시 저게 내 인생 음료수가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이상한 사람이다. 새로운 것을 탐구하는 이유는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것 중에서 내 인생에 정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는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편의점의 신상 음료수를 마시면 백이면 백 맛이 없다. 통계적으로 10% 정도 성공한다. 고작 10%의 성공률로 도전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시간 낭비, 돈 낭비 일수도 있다. 하지만 새로 알게 된 취향이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수도 있다.


나의 호기심 덕분에 나의 인생에서 없어서는 안 될, 나의 삶을 정말 행복하게 해주는 것들을 찾은 적이 있었다. 그중에 하나가 롯데리아의 야심작이었던 라이스 버거였다.


추억의 라이스버거


라이스 버거의 재료는 밥, 고기 패티, 양상추, 양파(양파가 있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피클, 불고기 소스, 마요네즈인데 마요네즈 덕분에 꽤 느끼한 편이라 먹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많이 갈렸다. 얼마나 호불호가 갈렸냐면 매니아들만 찾는 햄버거라 라이스 버거를 주문하면 미리 만들어 놓은 게 없어서 항상 15분 정도를 기다려야 할 정도였다. 대형 프랜차이즈 햄버거 가게에서 매니아만 찾는 햄버거는 어떻게 될까? 한 매장에서 하루에 하나 정도 팔리던 라이스 버거는 2016년에 결국 단종되었다. 나에게는 참으로 슬픈 일이었다.


안녕하십니까, 맥주 매니아 여러분. 오늘부로 여기에 모이신 분들의 오랜 협의와 진지한 토론하에, 매주 주말이면 집에서 혼맥을 즐기는 것을 규칙으로 정했습니다. 다들 잘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이런 이상한 규칙을 정한 것도 아닌데(근데 생각해보니 이런 규칙 있으면 좋을 것 같아) 맥주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집에서 혼맥을 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나도 매주 주말이면 마트에 가서 맥주를 사 와 집에서 즐기는 것이 삶의 가장 큰 낙이다. 가끔은 핫한 신상 맥주를 사러 멀리 있는 보틀샵을 찾아가기도 하고, 희귀한 맥주의 드래프트(생맥주)를 마시러 매장을 찾아가기도 한다. 이제 내 일상에서 맥주는 공기처럼 흔하지만 굉장히 중요한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이런 나도 처음부터 맥주 매니아는 아니었다. 맥주를 좋아하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의 사건 때문이었다.


3년 전 어느 금요일, 마트에 장을 보러 갔는데 맥주들이 모여있는 코너를 구경하게 되었다. 그때 나는 기네스나 하이네켄과 같은 유명한 수입 맥주도 잘 모르던 때였다. 그치만 다양하고 개성 있는 라벨 디자인의 맥주들을 구경하다 보니 한번 시도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나를 크래프트 맥주 세계로 입문하게 한 충격의 맥주를 마시게 되었다. 그 맥주는 Ballast Point 브루잉 회사의 Calico 였다. (지금은 California Amber Ale이라는 이름으로 나오고 있다.) 


ABV는 알코올 도수, IBU는 쓴 맛의 정도, RateBeer는 RateBeer 사이트에서의 100점 만점의 리뷰 점수이다.


벌컥벌컥

"우와!"

이 맥주를 처음 먹었을 때 내가 내뱉었던 감탄사다. 술을 마시면서 감탄을 했던 적은 처음이었다. 맥주에서 씁쓸한 홉의 향을 느껴본 것도, 맥아의 진하고 달달한 맛을 느껴본 것도 처음이었다. 어떻게 맥주에서 이런 맛이 날 수 있을까? 그렇게 한 병을 비우면서 매 한 모금마다 감탄을 연발했다.

3년전 맥주 이름이 Calico 이던 시절


그렇게 이 맥주를 시작으로 마트에서 매주 주말 하나둘씩 맥주를 사 오기 시작했고, 그 취미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재밌는 사실은 지금까지 다양한 맥주들을 마시면서 처음에 California Amber 맥주를 마셨을 때만큼의 감탄은 지금껏 몇 번 없었다는 것과 지금 California Amber 맥주를 마셔도 그때의 감탄이 나오지는 않는 것이다. 역시 무엇이든 처음 접했을 때의 강렬함을 다시 만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Ballast Point의 California Amber 맥주를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 맥덕이라면 알겠지만 최근 Ballast Point의 수입사가 ATL코리아에서 하이트진로, 즉 대기업으로 변경되었다. 이에 California Amber 맥주의 수입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나의 첫 인생 맥주를 더 이상 못 마시게 되나 걱정이 되어 한국 발라스트 포인트 인스타그램 계정에 문의를 했다. (마침 California Amber 맥주 사진이 한국 발라스트 포인트 계정에 올라왔었다)


내 댓글에 대한 대답이 약 1주일 뒤에 달렸다. 하이트진로에서 직접 발라스트 포인트 회사에 연락한 것 같았다. Ballast Point 회사에서 더 이상 California Amber 맥주는 병맥주는 생산하지 않아서 수입이 어렵다고 하였다. 실제로 Ballast Point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도 California Amber 병맥주는 라인업에서 제외되어 있었다.

젠장, 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다들 사라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걸까. 지금 한국에서 팔고 있는 California Amber 맥주는 극히 소량일 것이다. 그래서 혹시 California Amber 맥주와 비슷한 맥주를 드셔 보고 싶으신 분들은 Amber Ale 스타일의 맥주를 드시면 된다. Anderson Valley의 Boont Amber Ale(곰사슴으로 유명한 맥주), Ark의 광화문 맥주(편의점에서 3캔 만원에 팔죠), New Castle Brown Ale(요새 이 녀석은 마트에서 별로 못 봤습니다.)을 추천한다. 맥주 이름에 앰버 에일 혹은 브라운 에일이 적혀있으면 같은 스타일의 맥주라고 보면 된다. 앰버 에일은 맥아의 단맛이 특징인 맥주로 IPA(Indian Pale Ale) 보다 쓴 맛이 덜하므로 크래프트 맥주 입문자에게 정말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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