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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넨버그 1664 블랑에 고수가 들어갔다니 실화야?

by 박빵떡 2020.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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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빵떡의 맥주 탐험에서 두 번째로 리뷰해볼 맥주는 "크로넨버그 1664 블랑"(이하 블랑)입니다. 블랑 다들 많이 마셔보셨죠? 우리나라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맥주로 편의점 4캔 만원에 포함되어 값싸고 편하게 구할 수 있는 맥주입니다. 요즘은 드래프트를 파는 가게도 많습니다. 먼저 맥주를 시음해보겠습니다.

 

 

글을 쓰는 사이에 블랑의 라벨 디자인이 바뀌었어요. 좀 더 프랑스 국기 색깔과 비슷한 색깔이 되었네요.

 

맥주를 잔에 부으면 오밀조밀하고 부드러운 거품이 생깁니다. 마치 크림 같은 거품은 지속력이 꽤 길어서 맥주 한 잔을 여러 번 마셔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블랑을 처음 한 모금 마셨을 때 드는 생각은 '달달하다!'입니다. 이 달달함은 다른 맥주에선 느낄 수 없는 특이한 맛인데요, 사람들은 이 맛을 좋아하기도 하고 싫어하기도 합니다. 달달한 게 완전 설탕처럼 달달한 건 아니고요, 오렌지와 레몬 맛이 나는 듯한 달달함입니다. 그리고 끝 맛은 마치 솔향처럼 시원합니다. 맥주의 향기에서도 상큼한 과일향이 납니다. 맛과 향이 세서 연거푸 여러 잔을 마시기에는 약간 물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맥주의 색깔은 레몬 하나를 통째로 짠 즙이 들어가 있는 듯한 밝은 노란색입니다. 이러한 밝은 색깔은 맥주를 마시니 제 기분도 밝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기분이 좋아지니 과음을 해도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저는 지금 맥주 한 캔을 더 깠습니다. 

 

저는 블랑을 참 좋아합니다. 이 맥주를 마시면 아직 못 가본 프랑스에 가보고 싶습니다. 에펠탑도 보고 싶구요, 몽마르트르 언덕에도 가보고 싶습니다. 언젠가 저도 프랑스에 가서 블랑 한잔 해볼 수 있겠죠?

 

 

제가 즐겨 찾는 맥주 블랑, 이 맥주가 궁금해졌습니다. 맥주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흔히들 이 맥주를 블랑이라고 부릅니다. 블랑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맥주를 떠올리겠지만 사실 블랑은 이 맥주만의 이름이 아닙니다. 블랑은 프랑스어로 하얗다는 뜻으로, "벨지안 화이트"라는 맥주 스타일을 뜻하는 일종의 대명사이기도 합니다. 맥주 이름에 블랑이 있으면 벨지안 화이트 스타일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예를 들면 버드나무 브루어리의 즈므 블랑)

 

1664는 크로넨버그 양조장이 만들어진 연도입니다. 맥주의 라벨 색상은 남색, 흰색, 빨간색이 있는데 프랑스 국기의 색깔을 나타내는 것 같습니다. 블랑은 파란색 병맥주 버전도 있는데요, 이건 훨씬 더 프랑스 국기 색깔과 비슷하죠?

 

맥주에 적혀있는 정보를 한번 살펴볼게요. 이 맥주를 제조하는 회사의 이름은 크로넨버그로 프랑스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크로넨버그라는 이름은 처음 양조장이 생긴 곳의 지역 이름에서 따온 것입니다.

크로넨버그 가보고 싶당

예전에 수입된 블랑에는 원산지가 프랑스로 적혀있었는데요, 최근에는 폴란드로 변경되었습니다. 이는 2008년 크로넨버그는 세계적인 맥주 대기업 칼스버그 그룹에 인수되었기 때문으로, 제조사가 프랑스에 있는 크로넨버그 양조장에서 폴란드에 위치한 칼스버그 양조장으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캔에 적혀있는 제조사에도 칼스버그라고 적혀있습니다.

원재료명에 있는 것을 하나씩 봅시다. 정제수(물)와 맥아(보리), 호프 추출물(홉)은 맥주의 필수 요소이고요, 밀을 양조에 이용하여 블랑의 과일향을 더 풍부하게 하였습니다. 글루코오스 시럽은 쉽게 말하면 설탕입니다. 맥주에 달달한 것을 넣었다고 보시면 돼요. 벨지안 스트롱 에일에도 글루코오스 시럽이 들어가기도 합니다. 합성향료(캐러멜향)를 이용해서 달달한 풍미를 더했습니다. 합성향료는 느낌이 인위적인 느낌이지만 이것이 있고 없고에 따라서 맛과 향이 많이 달라집니다. 어릴 때 호기심 천국에서 합성착향료를 넣은 주스와 그렇지 않은 주스를 비교하는 실험이 있었는데, 실험에 참가한 모든 사람들이 합성착향료가 들어간 주스가 더 맛있고, 진하고, 풍미가 강하다고 느꼈다고 합니다. 그리고 시트러스 향을 넣었는데요, 오렌지 껍질과 고수의 상큼한 향과 맛을 더 부각하기에 좋은 향입니다. 수입은 하이트진로에서 하였고요, 유통기한이 캔 아래에 표기되어 있다고 합니다. 블랑 같은 경우는 잘 팔리니까 유통 기한이 지났는지 굳이 확인은 안 해도 됩니다. 대형 마트에 있는 비대중적인 맥주들은 유통기한이 거의 다 되어가는 맥주들이 있어서 꼭 확인하셔야 하고요.

여러분은 블랑에 오렌지 껍질과 고수가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사실 정확히 얘기하면 고수 씨앗이 맥주 양조 때 사용됩니다. 밀맥주는 크게 독일식 밀맥주와 벨기에식 밀맥주가 있습니다. 블랑은 벨기에식 밀맥주이고, 벨기에식 밀맥주에는 오렌지 껍질과 고수를 부재료로 많이 사용합니다. 또 다른 벨기에식 밀맥주인 호가든과 미국의 밀맥주인 블루문에도 마찬가지로 오렌지 껍질과 고수 씨앗이 들어갑니다.

 

 

여러분들은 고수를 얼마나 좋아하시나요? 한국의 쌀국수 식당 중에는 고수를 넣을지 물어보는 곳이 있습니다. 그만큼 한국인들에게 고수는 호불호가 매우 갈리는 음식인데요. 사실 저는 아직 고수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직이라고 쓴 이유는 나중에 좋아하게 될 수도 있을까 봐입니다. 사람의 입맛은 계속 변하니.) 고수는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서 많이 쓰는 재료입니다. 그래서 고수를 싫어하는 사람 중에는 해외여행을 대비해 각 나라별로 '고수 빼주세요.'라는 문장을 외우고 있는 사람도 있다고 해요.

 

그런데 우리가 먹는 쌀국수 위에 올라가는 고수는 고수 잎입니다. 하지만 벨기에식 밀맥주를 만들 때 사용하는 건 고수 잎이 아니라 고수 씨앗인데요, 고수 씨앗은 고수 잎과 다르게 향긋한 꽃향기가 난다고 합니다. 정말로 고수 잎과는 향이 많이 다를까요? 너무 궁금해서 인터넷으로 고수 씨앗을 주문해봤습니다.

 

인터넷으로 씨앗을 주문한 건 처음이었습니다. 어릴 때 식목일에 화분에 식물을 키웠을 때 샀던 씨앗이 플라스틱 봉투에 담겨 왔습니다. 고수 씨앗과 함께 고수 씨앗을 발아시키는 방법이 자세히 쓰인 종이도 함께 왔습니다. 고수 씨를 심을 건 아니라서 씨앗에게 뭔가 미안해지네요.

난생처음 본 고수 씨앗

 

고수 씨앗은 굉장히 크기가 작고 생김새는 미니어처 양파 같은 느낌입니다. 색깔은 예상치 못한 빨간색이었는데요, 씨앗에도 이렇게 색깔이 있을 수 있구나 알게 되었습니다. 고수 씨앗이 담긴 포장지 안쪽에 코를 갖다 대고 냄새를 맡아보았는데요, 굉장히 신기하게도 블랑 맥주의 향을 맡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까지는 블랑의 향은 오렌지 껍질의 향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고수 씨앗의 냄새를 맡으니 블랑의 향은 오렌지 향이 아니라 고수 씨앗의 향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냄새 자체는 굉장히 상큼하고 향기로웠는데 고수 잎을 먹었을 때의 싸한 느낌은 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과자를 먹었을 때 느낄 수 있는 달달한 향이 나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맛이 궁금해서 먼저 한 개를 먹어봤습니다. 첫맛은 향에서 났던 달달한 맛이 느껴졌는데, 뒷 맛은 고수 특유의 맛이 있었습니다. 씹으면 씹을수록 쌉싸름한 맛이 강해졌습니다. 이번에는 여러 개를 한꺼번에 먹어봤습니다. 많이 먹으니 고수의 쓴 맛이 더욱 강하게 느껴져 더 이상 먹고 싶지 않게 되었습니다. 즐겨먹고 싶진 않은 씨앗이었습니다.

 

이 맥주의 수입사는 어디일까요? 크로넨버그 1664 블랑은 2013년부터 "하이트진로"에서 블랑을 수입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위의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블랑의 판매량은 폭주 기관차처럼 해마다 무서운 속도로 증가했습니다. 2016년에는 드래프트 생맥주도 수입하여 팔기 시작했습니다. 2017년의 블랑 판매량은 4000만 개였는데요, 이는 본고장 프랑스를 이기고 전 세계 1위에 오른 수치라고 합니다. 참고로 그 당시 전 세계 2위는 중국, 3위가 프랑스였다고 하네요. 2018년에는 블랑의 인기에 힘입어 "크로넨버그 1664 라거"를 수입하여 이제 편의점에서도 이 맥주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2019년 2월에는 한국 누적 판매량이 무려 1억 병을 돌파하였다고 합니다.

 

사실 프랑스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맥주는 블랑이 아니라 "크로넨버그 1664 라거"입니다. 일반적인 생각으로는 프랑스의 맥주를 수입한다면 프랑스에서 가장 잘 나가는 맥주를 수입하고 싶었겠지만, 하이트진로는 프랑스 1위 맥주보다는 블랑이 국내 시장에서 더 잘 팔릴 것이라고 예측했기 때문에 블랑을 수입한 것입니다. 어떠한 요인 때문에 블랑을 수입하게 되었고 대박이 났을까요?

 

첫 번째로 OB의 호가든을 견제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하이트진로의 라이벌인 OB에서는 2008년부터 호가든의 레시피를 받아 국내 광주 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했을 정도로 밀맥주 하면 호가든이 대명사였습니다. (참고로 국내에서 생산되는 호가든을 OB+호가든, 오가든이라고 부르기도 하죠. 벨기에 본토의 호가든과는 맛이 다르다고 합니다.) 그 당시 하이트진로의 맥주 라인업에는 마땅한 밀맥주가 없었기 때문에 맥주 시장의 점유율을 뺏기지 않기 위해 블랑을 수입했던 것입니다.

 

둘째로 국내 시장에는 없는 새로운 맥주를 수입했기 때문입니다. 그 당시만 해도 일반 대중들에게 맥주 하면 시원하거나 씁쓸한 맛을 떠올리기 마련이었습니다.  하지만 블랑은 기존의 맥주들과는 다르게 글루코오스 시럽이 들어가 달달한 맛을 가지고 있고, 고수 씨앗의 화사한 향, 오렌지 껍질의 밝은 레몬 색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맥주에 대중들은 신선한 충격을 받게 되었고, 기존 맥주들과의 차별성뿐만 아니라 맛도 좋았기 때문에 맥주 시장에서 매년 판매량을 증가시킬 수 있었습니다.

 

셋째로 이미 라거 시장은 포화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라거를 수입해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보다는 경쟁 상대가 적은 밀맥주로 맥주 시장을 공략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맥주의 주 재료는 물, 홉, 맥아입니다. 블랑에서 사용된 홉은 저는 처음 들어본 홉인데요, 이름은 Strisselpalt 홉이고 한국어로 읽으면 스트리셀팔트 정도가 될 것 같네요. 이 홉은 프랑스의 Alsace라는 지역에서 재배됩니다. 이 지역 안에 크로넨버그라는 지역이 있고, 크로넨버그 양조장이 있습니다. 즉, 양조장이 위치한 곳 근처에서 재배되는 홉을 이용해서 맥주를 만든 것입니다.

 

Strisselpalt 홉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을까요? BrewWiki에 따르면 맥주에 부드럽고 기분 좋은 향이 나도록 한다고 합니다. 이 홉의 향과 맛을 더 느껴보고 싶으시다면 2018년 11월부터 수입된 "크로넨버그 1664 라거"를 드셔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크로넨버그 1664 라거"에도 동일한 Strisselpalt 홉을 사용했고, 고수 씨앗이나 오렌지 껍질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좀 더 홉의 풍미를 잘 느낄 수 있습니다. (신기한 건 라거인데도 글루코오스 시럽이 들어가 있습니다.) 제가 이 라거 맥주를 마셨을 때의 첫 느낌은 '필라이트(맥아 함량이 적은 발포주) 같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Strisselpalt 홉은 굉장히 시원하고 청량한 느낌을 준다고 느꼈습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블랑에서도 고수 씨앗과 오렌지 껍질의 시원한 캐릭터를 더 부각할 수 있는 홉인 것 같습니다. 사실 블랑은 호불호가 갈리는 맥주이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맥주에서 비누향이 난다면서 한번 마셔보고는 두 번 다시 마시지 않기도 합니다. 하지만 블랑이 없는 세상, 상상하실 수 있으신가요? (저는 상상하기 싫네요.) 분명히 블랑은 자신만의 특이한 맛과 향을 가지고 있는 대체 불가능한 맥주입니다. 저는 특히 여름에 잘 어울리는 맥주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여름이 가기 전에 블랑 한 캔 어떠실까요?

 

블랑 리뷰 영상을 유튜브에도 올렸어요.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클릭!

[1편]

https://youtu.be/HwCIXSGD0rQ

 

[2편]

https://youtu.be/dtXjp4hWjUU

 

[ 참고 자료 ]

http://economy.chosun.com/client/news/view.php?boardName=C01&t_num=13606734

http://brewwiki.com/index.php/Strisselspalt_Hops

https://www.insight.co.kr/news/192550

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18/01/44125/

https://beerinfo.net/kronenbourg-1664-blanc/

https://fatpig.tistory.com/entry/Kronenbourg-1664-Blanc-%ED%81%AC%EB%A1%9C%EB%84%A8%EB%B6%80%EB%A5%B4-1664-%EB%B8%94%EB%9E%91-50

https://en.wikipedia.org/wiki/Kronenbourg_Brewery

https://en.wikipedia.org/wiki/Kronenbourg_1664_(UK)

https://www.thisdrinkinglife.com/kronenbourg-1664/

http://brewgr.com/recipe/46401/clone-of-kronenbourg-1664-blanc-clone-witbier-recipe

http://biz.newdaily.co.kr/site/data/html/2014/07/01/201407011005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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