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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업일치하며 즐겁게 일했던 회사에서의 퇴사 회고

by 박빵떡 2024.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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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을 마지막으로 다니던 회사에서 퇴사했다. 그래서 이를 돌아보는 회고록을 써보고자 한다.

아쉽지만 바로 취직 준비를 하며 행복은 오래 맛보지 못했다.. 취직 준비 얘기는 나중에 다른 글로 올려보겠습니당

 

덕업일치의 힘

크래프트 맥주로 술의 세계에 입문하여 이제는 모든 종류의 술을 좋아했다. 매달 전통주를 보내주는 서비스를 구독하고 있었는데 그 회사에서 채용 공고가 떴다. 이력서와 포트폴리오, 회사에 가서 하고 싶은 업무를 30여 장의 문서로 정리했다. 자기 전에도 아이디어가 떠올라 자다가 일어나 핸드폰에 메모를 하곤 했다. 서류 마감이었던 크리스마스 이브 날 밤까지 열심히 작성해 보냈다. 그런데 웬걸, 이미 사람을 채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행히 회사에서 좋게 봐서 없던 TO가 생겨 입사하여 일할 수 있었다.

 

전통주 구독 서비스와 쇼핑몰 플랫폼, 어드민의 프론트엔드를 개발했다. 이 회사에서 일했던 건 단순한 개발이 아니었다. 아래와 같은 나의 사명감이 있었다.

 

1. 내가 사랑하는 크래프트 한국 술을 사람들에게 알려 더 많은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

2. 소비자와 인생술 사이의 접근성을 높여, 맛있는 술을 만드는 양조장의 매출을 발생시키고, 이로 인해 더 좋은 술이 생산되도록 한다.

3. 전통주 시장이 더 커지게하여 더 다양한 술이 생산되도록 한다.

 

행복하게 개발했다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일하는 것으로부터 받는 에너지는 대단했다. 월요일 출근이 힘들지 않았고(물론 노는 게 제일 좋다ㅎㅎ), 행복하게 일했다. 새벽 배송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이탈률을 줄이고, 구독 해지 건수를 줄이고, LCP를 개선했다. 팀 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스토리북을 도입해보기도 하고, 결제 페이지의 validation check 방식을 변경해 결제 건수를 높이고, Nextjs의 middleware를 활용해 UX를 개선하고 불필요한 API 호출을 줄이기도 했다. 이런 모든 일들을 누군가 시켜서가 아닌 내가 자발적으로 했다. 전통주를 알리는데 일조했다고 생각하니 뿌듯했다.

폭풍 코딩 우다다다

 

소주는 서민의 술이다?

사실 이 회사에 입사하면서 과연 전통주 회사가 크게 성공할 수 있을까 의문이 있었다. 나는 대중적인 라거 맥주가 아닌 크래프트 맥주를 좋아했다. 라거 맥주보다 훨씬 종류가 다양하고 맛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전파하는 데는 가장 큰 단점이 있었다. 그것은 비싼 가격.

 

전통주도 그러했다. 정말 맛있지만 희석식 소주에 비하면 훨씬 비싸다. 술자리와 소주를 좋아하는 친구에게 비싼 전통주를 선물해 봐도 절대 넘어오지 않았다. 전통주는 비싼 고급 취미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기호 식품을 소비할까? 기호 식품은 필수재가 아니기 때문에 경기에 따라 소비량이 움직인다는 약점이 있다.

 

이렇게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한 번 도전해보고 싶었다. 좋아하는 것은 시기가 있기 때문이다. 나 같은 경우는 어떤 것을 미친 듯이 몇 년 동안 좋아하다 시간이 지나면 잠잠하게 좋아하게 되더라. 술을 미친 듯이 좋아하던 시절에, 내가 활발하게 일할 수 있는 30대 초반에, 술 회사에서 일해보는 경험은 천운이 따랐다고 생각한다. 연봉을 깎으면서 이직했었지만 후회는 없었다. 좋은 사람들과 치열하게 프로덕트를 개발했던 것은 뜻깊은 경험이었다.

 

한편 기호 식품인데도 잘 나가는 주종이 있었으니 위스키였다. 코로나로 홈술이 유행하며 소량으로 천천히 즐길 수 있고, 해외여행이 어려워져 보복 소비로 고급 양주인 위스키가 유행을 탔다. 덕분에 온라인 판매는 안 되는 위스키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스마트오더 회사인 데일리샷이 크게 성장했다.

 

왜 위스키는 고급 술이고 한국 전통주는 고급술이 아닌가? 사실 한국 소주는 굉장한 고급술이다. 소주는 수많은 쌀을 발효하고 증류해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비싸다. 쌀을 많이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전쟁으로 못 먹고살던 시절 양곡관리법으로 쌀로 술을 못 만들게 하기도 했다.

내 생각엔 사람들의 인식의 차이 때문인 것 같다. 위스키는 고급진 바에서 돈 잘 버는 성공한 사람이 마시는 이미지이다. 반면 초록병 희석식 소주는 저렴한 대표적인 서민 술이다. 막걸리는 농사를 짓다 새참 때 마시는 술이다. 이런 이미지는 한국의 드라마, 영화에도 표현되고 외국인들도 이렇게 인식할 것이다. 전통주가 고급술이 되려면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하는데 이 부분은 뭔가 문화적인 혁명이 오지 않는 이상 어려울 것 같다. (우리의 경제적인 삶이 항상 어려워서 희석식 소주가 너무 잘 나가 그런 게 아닐까)

 

아쉬웠던 점

아무리 좋은 코드이더라도 회사는 망할 수 있다. 경영진에서 정한 전략을 달성하기 위해 프로덕트를 만들었지만 투자 없이 런웨이를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경기 침체, 술 소비 감소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있었을 것이다. 이유야 어떻든 결과적으로는 회사를 존속을 늘리지 못했다는데서 허탈감이 있었다.

 

어떤 프로덕트를 언제 만들어야할 지 결정하는 게 정말 중요하구나 느꼈다. 어떤 프로젝트가 가장 필요한 지는 데이터가 기반하여 결정해야 한다. 해야 할 일은 많지만 시간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지금 가장 필요한 프로젝트를 선택해야 한다. 전회사에서는 이런 부분이 부족했던 것 같다.

 

"나는 네이버 프런트엔드 개발자입니다" 책에 프론트엔드 개발자는 솔루션 개발자, 서비스 개발자 2종류가 있다고 한다. 나는 서비스 개발자 쪽에 가까웠다. 예를 들어, 결제 페이지의 validation check 방법을 바꿔 결제 건수를 늘린 경험(https://bsnn.tistory.com/104)이 있었다. 물론 이것도 굉장히 의미 있는 경험이었고, 기술적인 개선을 했던 경험들도 여럿 있었다. 하지만 서비스 관련된 쪽에 좀 더 치중되었다.

 

부끄럽게도 이직 준비를 하면서 이런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기존에 구현되어 있던 로그인 후 어떻게 로그인을 유지하는지 크게 관심이 없었다. 왜냐면 이건 이미 잘 동작하니까.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는 좀 더 매출을 높일 수 있는 업무들 예를 들면 Nextjs 이미지 최적화, A/B 테스트라든지 이런 것에만 집중했던 것이 아쉬웠다.

 

즐겁게 개발하는 삶

갑자기 구조조정을 당했을 땐 멘붕이었다. 곧 치러야 할 대출도 있고, 당장의 수입이 끊기고. 하지만 이직을 준비하면서 나를 돌아보고, 더 좋은 코드를 만드는 개발자로 성장할 수 있었다. 다행히 합격한 회사가 있어서 3개월의 공백을 끝내고 일할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는 즐겁게 개발을 하되 시장이 원하는 개발자가 되기 위해 노력해 보겠다. 새로운 회사의 프로덕트에 애정을 갖고 개발적인 좋은 아이디어를 적용하는 것을 이어 나가보겠다. 새로운 회사에서의 프로덕트도 굉장히 기대된다. 이번에도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덕업일치할 수 있을 것 같다. 틈틈이 사이드 프로젝트를 개발하면서 내가 만들고 싶은 것들도 계속 만들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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