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하고 싶은 일을 하자
숙소

통의동의 매력적인 호텔, 보안 스테이(보안 여관)

by 박빵떡 2020. 7. 30.
반응형

보안 스테이는 1942년부터 2005년까지 약 60년간 운영된 보안 여관 옆에 자리하고 있는 숙소입니다. 보안 여관은 한국 근대 문학이 거점으로 서정주, 김동리 등의 문인들이 '시인 부락'이라는 문학 동인지를 만든 곳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보안 여관의 취지와 어울리는 보안 스테이 건물이 보안 여관 바로 옆에 붙어있는데요, 책방부터 전시, 바, 숙소까지 있어서 크리에이터뿐만 아니라 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공간이었습니다.

 

 

보안 스테이는 경복궁 돌담 옆에 위치하고 있어서 돌담을 볼 수 있는 방도 있는데요, 돌담과 푸른색 나뭇잎의 경치가 아주 좋습니다. 저는 돌담 반대쪽 뷰가 보이는 숙소에 예약했습니다.

 

 

보안 책방은 건물의 왼쪽 골목에 입구가 있습니다.

체크인 당일에 문자로 체크인 방법을 알려주시는데요, 요즘 언택트가 강조되는 시대에 적합한 운영 방식이었습니다.

 

 

건물은 지하 2층엔 보안 클럽(바), 지하 1층엔 전시장, 1층엔 카페, 2층엔 책방과 전시장(전시장은 옆 보안 여관 건물과 이어짐), 3~4층은 보안 스테이, 그리고 옥상엔 테라스와 공용 부엌이 있습니다.

 

 

저희는 34호 방에서 1박을 했습니다. 주말 가격이라 17만 원이었습니다. 돌담길이 보이는 방은 11만 원으로 더 저렴하고 경치가 좋은데 공용 화장실과 욕실을 써야 합니다. 화장실과 욕실을 편하게 쓸 수 있는 34호 방을 선택했습니다.

 

 

 

방에 들어갔을 때의 첫 느낌은 숙소의 건축 형태가 좋다는 것이었습니다. 침대 위쪽에 작고 긴 창을 통해 들어오는 채광이 좋았고, 모서리에 있는 2개의 커다란 창으로 보이는 풍경이 시원했습니다. 인왕산의 푸른 산등성이를 볼 수 있는 풍경이었습니다. 단 옆집에서 숙소 내부가 훤히 보이긴 하겠더라고요.

 

 

벽의 한쪽에는 단 위에 LP들이 있었습니다. 제가 사는 집에 해도 괜찮을 것 같은 인테리어 방식이었습니다. 원래는 블루투스 스피커가 아니라 LP 플레이어가 있어서 LP 판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LP 플레이어가 고장 나 수리 중이라고 하네요. 수리 중인 건 알고 예약했지만 아쉬웠습니다.

 

 

방 한켠에는 음악 관련 서적들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이 방은 음악을 컨셉으로 만든 방이었습니다. 저는 백남준과 존 케이지가 참여한 플럭서스 예술 운동을 좋아했는데요, 그래서 "음악 없는 말"이라는 책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시간이 많았다면 방에서 책을 읽었을 텐데요, 놀러 다니기에 빠듯한 1박 일정이라 책을 읽진 못했습니다.

 

 

화장실도 깔끔했는데요, 이번에 쿤달이라는 제품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좋은 냄새가 다음날까지 가더라고요. 좋은 냄새가 오래 지속되니까 좋았어요. 지금 쓰는 샴푸를 다 쓰면 한번 사볼 계획입니다.

 

 

보안 스테이에 오시는 분들은 다들 여기에 앉아서 설정샷을 찍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한번 따라 해 봤습니다 ㅋㅋ

짐을 풀고 2층에 있는 서점으로 향했습니다.

 

 

돌담 길이 보이는 예쁜 풍경과 책들이 어우러져 편안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보라색 책들을 모은 곳이나, 음악에 관한 책들, 보안 여관에 관한 책들을 큐레이션 한 부분도 흥미로웠습니다. 책들을 구경하다 옛날에 샀는데 한 페이지도 안 열어본 제 책장에 있는 책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언젠가 그 책을 읽어야겠지요.

책을 읽으면 참 좋은데, 읽을 시간이 부족합니다. 사람의 생은 한정적이라 우리가 읽을 수 있는 책도 한정적이겠죠. 여름휴가 때는 못 읽었던 책들을 읽고 싶네요.

 

 

"혼종"이라는 전시와 연계하여 부산의 젊은 브랜드 상품들도 있었습니다. 나무로 된 그릇, 샤프와 에어팟 케이스 등이 있었습니다.

 

 

저는 문구를 좋아해서 이 나무 샤프 펜슬이 탐나더군요.

 

 

제가 부산 사람이라 이 책도 눈에 띄었습니다. 제가 서울 살고 있지만 부산이 참 살기 좋은 곳인 것 같아요.

 

 

이 곳은 2층 구름다리(?)로 연결되어 갈 수 있는 보안 여관의 2층입니다. 들어서자마자 오래된 천장이 눈에 띄었어요. 와 정말 오래된 건물이구나. 이 건물은 재개발하지 않고 오래 남아있으면 했습니다. 가치 있는 근대 문화유산이었습니다. "혼종"이라는 전시가 보안 여관의 1, 2층에서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옛날에 여관엔 미성년자가 출입 금지였나보다. 지금도 그런가?
왼쪽 위에 오래된 계단이 보인다. 실제로 사람이 걸어가면 쿵쿵 소리가 들린다.

 

전시는 재밌었습니다만 오래된 보안 여관 건물이 주는 느낌이 굉장히 압도적이었어요. 나무로 된 천장과 계단, 오래된 화장실 등을 보면서 옛날에 이런 곳에서 여관 영업을 했구나라는 걸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공간을 전시장으로 기획한 보안 스테이의 대표 분도 참 대단한 것 같네요. 건물도 재개발되지 않고, 창작자들에게 쉼터와 영감을 준 곳이라는 것을 계승한다는 점에서 뜻깊은 공간입니다.

 

참고로 보안 여관의 보안은 통신 보안할 때의 보안이 아니라 保安으로 편안함을 보전한다, 손님의 안전을 지킨다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지하 1층에서도 전시가 있었습니다. 파도 소리도 아닌 것 같은 소리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스피커가 제가 집에서 쓰는 presonus 사의 스피커 이더군요!

 

 

지하 2층에 있는 바 앞에는 "무하마드는 큰 소나무다."라는 작품이 있었습니다.

 

 

지하에 있던 바에서는 아직 영업은 하지 않고 있었고 미디어 아트 작품이 재생되고 있었습니다.

 

 

지하의 바는 이런 모습이라고 하네요. (출처 : http://b1942.com/boanclub/)

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돌아왔습니다.

 

 

로지텍 키보드에 아이패드로 글을 쓰니 저도 마치 문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별건 아니지만 매트리스 아래에 있는 단의 모서리가 날카로운 느낌이라 애기들에겐 위험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다음 날 아침엔 신청했던 조식을 들고 테라스에 갔습니다.

 

 

 

 

먹고나면 뒷정리는 깔끔하게!

 

세수도 하지 않은 꾀죄죄(?)한 모습이었는데 다행히 다른 사람들은 오지 않았어요. 조식은 5000원이었는데 가격 대비 괜찮았어요. 발뮤다 오븐도 있어서 식빵을 바삭하게 구워서 맛있게 먹을 수 있었어요. 잼은 본마망의 라즈베리와 오렌지 마멀레이드 그리고 버터를 주셨어요. 식빵 인당 2개를 먹었는데 어찌나 배가 부르던지 점심을 패스하였습니다. (먹은 시간이 10시 정도여서 약간 늦긴 했어요.)

 

보안 스테이는 접근성이 좋습니다. 통의동이라 근처에 맛집도 많고, 인왕산의 경치도 좋고, 경복궁도 가깝습니다. 스테이 공간은 세련되고 깔끔한 건축 양식과 통유리로 들어오는 채광과 경치에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흥미로운 전시와 책방, 음악을 컨셉으로 하는 객실 등에서 근대 문학의 산실인 보안 여관을 계승하는 가치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보안스테이 홈페이지 : http://b1942.com/

 

BOAN1942

보안여관

b1942.com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