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월에 도쿄에 여행 가서 타워레코드를 구경하는데 "블루 자이언트" 영화 포스터와 CD가 있는 걸 봤었다. 여자 친구는 만화책도 사서 볼 정도로 좋아하는 재즈 만화였는데 영화도 나왔다니, 한국에도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국에 돌아와 일상을 살고 있는데 한국에도 "블루 자이언트"가 개봉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여자 친구가 시사회에 응모했는데 당첨되어서 보고 왔다.
판씨네마 라는 영화사의 작은 영화관이 있는데, 이곳에서 영화를 보고 왔다.
영화 입간판이 우리를 반겨줬다 ㅋㅋ
근데 여기 1층 카페 너무 멋지더라
은행나무도 정말 크고
다음에 낮에 한번 와봐야겠다.
극장은 두 줄의 의자와 적당한 크기의 스크린이 있었다.
영화사는 이곳에서 자기 마음껏 영화를 보는 건가? 부러웠다.
판씨네마 몰랐는데 트와일라잇, 비긴어게인, 라라랜드, 미나리, 코다 등의 유명한 영화를 배급했던 대단한 곳이더라!
혹시 영화나 원작 관련 사람이 올까 싶어서 여자 친구가 만화책도 가져왔는데
작은 시사회다 보니 그런 건 없었다 ㅋㅋ
만화 블루 자이언트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로
재즈 사운드를 보다 잘 들을 수 있게
TV 시리즈가 아니라 영화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다이 라는 색소폰 연주자가 도쿄에 상경하며
세계 최고의 재즈 플레이어가 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겪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영화 엔딩 크레딧 끝나고 쿠키가 있으니 꼭 보시길 바란다!
재즈 공연을 할 때의 모습이 정말 다양한 연출로 표현된다.
이 부분도 스포가 될까봐 말하지 않겠는데
정말 음악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모습이 일품이었다.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다고!? 싶은 장면들이 많았다.
그래미상을 수상하신 재즈 피아니스트 히로미 씨가 만들고 연주하신 음악은 역시나 대단했다.
https://youtu.be/-HcKrd3K8_A?si=sXP-tfOVUNnIUP0Q
예전에 유튜브에서 히로미 씨의 Tom and jerry show라는 이 영상을 보고
세상에 사람이 피아노를 어떻게 이렇게 치나 싶더라.
영화의 사운드는 시사회 장소의 스피커가 작다 보니 볼륨이 작아 아쉬웠다.
돌비 시네마가 된다고 하는데 메가박스 돌비 시네마 영화관에서 보면
가장 사운드가 좋을 것 같다.
영화를 보며 군대를 마친 후 입시 미술에 도전했던 때가 생각났다.
그때의 나는 주인공처럼 열정이 있진 않았다.
그리고 다른 무슨 일이더라도 주인공처럼 열정 있게 해보진 않았던 것 같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전력을 다하는 다이가 멋지다.
나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더 사랑하고, 더 열심히 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영화 내용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스포가 될까 봐 가장 마지막에 적어보겠다.
시사회에 참여하고 받았던 굿즈이다.
포토카드인데 너무 멋지다 ㅠㅠ
JASS는 영화 내에 주인공들이 만든 재즈 밴드 이름이다.
손글씨가 진짜 주인공 다이가 쓴 글자 같아서 멋지다.
부채도 받았다!
회사에서 마우스 패드로 써도 괜찮을 것 같다 ㅎㅎ
프로그램 북도 받았는데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자세히 적혀있어서 좋았다.
원작자, 감독, 성우, 연주자, 어떻게 영화로 만들게 되었는지 등의 이야기가 적혀있는데 재밌더라.
영화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이 부분은 스포가 될 수도 있으니 원치 않으신 분은 보지 않길 바란다.
1. 전체적으로 따뜻한 만화였다.
밴드 내에서 누군가 시기 질투로 거짓말을 한다든지, 오해를 만들어 불편한 갈등을 만든다든지 하는 드라마스러운 내용 전개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어린이들이 보는 동화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점이 나에겐 좋게 느껴졌다. 요즘 웹툰을 보다 보면 억지로 불편한 갈등은 만드는 웹툰은 보다가 그만두게 되더라. 그렇지만 이 부분은 취향의 문제이다.
2. 어느 정도 진부한 스토리 전개가 있었다.
영화 시작부터 주인공이 '세계 최고의 재즈 플레이어가 되겠어'라고 얘기한다. 처음에는 오 멋지다 열정 넘치네 싶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왜 주인공은 세계 최고가 되고 싶어 하는 걸까 싶었다. 그 이유에 대해서 영화 중 알려주는 내용은 없었다. 나루토에서 "호카케(닌자 왕)가 되겠어"라든지, 루피가 원피스를 찾아 해적왕이 되겠다든지 하는 클리셰로 느껴졌다.
이외에도 아무런 대가도 없이 공연장을 빌려주는 Take Two (재즈 유명곡 Take Five에서 가져온 이름) 바 사장님, 슌지가 드럼을 시작하게 되는 장면 등은 비현실적이었다. 이 부분은 실제 만화에서는 좀 더 길게 묘사될 것 같은데 영화라 생략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액트라는 악역 팀이 나타나서 주인공을 무시하다가 주인공 밴드 팀이 멋진 모습을 보여주면서 코를 납작하게 뭉개는 장면도 진부하긴 했다.
3. 훌륭했던 교통사고(?)
사와베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장면은 정말 충격이었다. 이걸 여기서 이 타이밍에...?
그런데 이 장면이 이 영화를 진부하지 않은 영화로 만드는 훌륭한 장치였다고 생각한다.
교통 사고 나지 않고 그대로 공연이 진행되었다면 그저 더 진부한 영화로 끝났을 것이다.
물론 마지막 공연 때 사와베가 100% 컨디션으로 공연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프로그램 북을 보니 다 같이 연주하는 장면은 원작과 다르다고 한다!? 만화책도 한 번 봐야겠다.
4. 호불호가 갈릴 것 같은 3D 연출
공연하는 연주자의 모습이 중간에 3D로도 표현된다. 근데 그 모습이 굉장히 이질적이었다.
실제로 중요한 장면은 모두 3D를 쓰지 않더라.
슬램덩크 영화에서는 3D가 굉장히 좋았는데 이번 영화의 3D는 아쉬웠다.
5. 내가 발견한 의미와 복선들
주인공은 항상 야외 인적이 드문 곳에서 색소폰 연주를 한다. 이는 방음이 안 되는 집에서 연주하면 매우 시끄럽기 때문이다. 색소폰 소리 진짜 크다... 즉 주인공은 개인 연습실을 구할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란 걸 의미한다.
마지막 쏘블루 공연 직전까지 모든 멤버들이 알바를 하더라. 유명하지 않은 뮤지션들은 역시 돈 문제가 힘든 것 같다.
처음에 다이가 사와베를 만난 공연장에서 같이 연주한 기타리스트가 사와베에게 "너 왼손으로만 연주해도 그렇게 잘했잖아" 라며 칭찬한다. 이는 교통사고를 당해 왼손만 쓸 수 있게 되는 장면의 복선이었다.
제일 마지막에 사와베가 어머니가 하시던 피아노 학원에서 봤던 피아노를 즐기며 치던 누나가 마지막 공연장에 온다. (그 여자분과 어릴 적 피아노 치는 장면이 오버랩되면서 이 여자가 그 여자 라는 걸 보여준다)
마지막 공연장에 어떤 꼬마 아이가 다이의 색소폰 연주를 보며 감동을 받는데, 다이가 어릴적 색소폰 연주를 보고 반했던 것처럼 이 아이에게도 영향을 주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즈가 계속 후대에게 전해진다는 의미)
JASS 멤버들끼리 '공연을 하면서 죽어봐(죽을 만큼 열심히 연주해 봐)'라고 얘기하는데 이것도 교통사고에 대한 약간의 복선이 아니었을까.
교통 사고 후 어머니가 사와베에게 나을 수 있을 거라 그러고, 쿠키에서도 주인공이 어서 나아야지 라는 대사가 있는 걸로 봐서 사와베의 오른손은 나을 것으로 추측된다.
엔딩 크레딧 이후의 쿠키는 주인공 다이가 뮌헨으로 가면서 끝나며 후속작이 나올 수 있음을 암시한다. 실제로 만화 원작으로는 다음 내용이 있다!
라라랜드의 city of stars와 마찬가지로 메인 곡 First note 도 일부로 쉬운 멜로디로 기억하기 쉽게 만든 것 같다.
말고도 더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안 난다.
결론적으로 꼭 한 번 보기를 추천하는 영화다. 내 평점은 4.5점 주겠다. (약간의 진부함 때문에 -0.5점 했다 ㅎㅎ)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강력 추천하고, 재즈를 모르더라도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영화다.
사운드가 좋은 큰 영화관에 가셔서 보시는 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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