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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생활

2021 서울국제도서전을 다녀오고 느낀 점

by 박빵떡 2021.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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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였던 2021년 9월 9일 목요일 서울국제도서전을 다녀왔다. 위치는 성수 에스팩토리였는데 예전에 벨기에 맥주 축제 때 다녀왔던 곳이었다. 재택근무를 마치고 따릉이를 타고 성수역에 자전거를 반납했다.

 

이전에 다녔던 회사는 성수에 있었다. 그래서 참 오랜만에 성수로 왔다. 성수역으로 가는 길에 마을 버스정류장이 있는데 그곳은 같은 부서의 어느 과장님이 퇴근 때 버스를 타는 곳이었다. 혹시 만나게 되면 인사를 드릴까 싶었는데 보이진 않았다.

 

성수는 점점 더 핫한 동네로 거듭나고 있었다. 오랜만에 갔더니 새로 보는 번쩍번쩍한 새 건물들이 생겨있었다. 이직한 지 이제 7개월 되었는데 그 사이에 이렇게 새로운 건물이 지어진 건가? 아니지 어떻게 건물이 7개월 만에 지어지겠어. 그전부터 짓고 있었던 건물이었나 봐. 성수역 근처에 특히 엄청난 높이의 건물들이 많았다.

 

예전에 집 계약이 다되어 회사 근처의 집으로 이사하려고 성수의 전셋집들을 보러 다닌 적이 있었다. 대부분 연식이 오래된 건물들이었다. 그때는 별 생각이 없었다.

 

최근에 부동산 유튜브에서 앞으로 성수가 새로운 부촌이 될 거라는 영상을 본 적이 있었다. 미국 뉴욕의 센트럴 파크가 보이는 건물들이 가격이 엄청 올랐다면서, 성수는 서울숲이 있고 한강이 근처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부동산 다큐 영상에서는 몸테크족이라는 용어가 나왔다. 재개발을 노리고 오래된 주택을 구입하여 불편을 감수해 사는 방법이었다. 성수에 전셋집을 찾으러 다니는 게 아니라 매입할 집을 찾아야 했을까? 지금 사기에는 가격이 엄청 올랐겠지, 오래된 빌라는 살기에 안 좋을 텐데.

 

에스팩토리 D동에 도착했다. 먼저 도착해서 카페에 있던 여자 친구가 기다리고 있었다. 도착한 시간은 18:00였고 도서전은 20:00 까지였다. 그래서 여자 친구는 겉으로 보기엔 괜찮았는데 꽤 마음이 조급했다고 했다.

참고로 이 사람은 여자 친구가 아니고 접니다

2021 서울국제도서전은 첫 모습부터 이전의 서울국제도서전과 다른 모습이었다. 이전에는 참여 업체들의 부스들이 다양하고 규모도 달랐는데 이번에는 모두 같은 부스였다. 딱 한 곳 열린책들만 달랐다. (아래 사진 참고)

확실히 2시간은 구경하기에 시간이 촉박했다.

좋아하는 작가 조경규 님의 책들도 봤다.

엔씨소프트가 동화책을 내다니? 신기해서 쳐다봤다. (내 엔씨 주식 흑흑)

아티스트들이 참여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트숍에서 이 노래들이 수록된 테이프를 살 수 있었다.

여기 부스에서 책 2권과 포스터를 사버렸다. 그림이 엄청 매혹적이었고, 부스에서 책을 판매하시는 분께서 설명을 잘해주셔서 혹해서 고민 없이 바로 샀다.

A동에서는 웹툰 전시가 있었다. 그림 만화에 대한 역사는 없이 웹툰만 있었는데 역시 이젠 웹툰이 대세구나.

이때도 관람 시간이 촉박해서 좋아하는 작가들의 인터뷰들을 사진 찍어왔다. 집에 와서 읽어보니 너무 재밌었다.

 

"혼자를 기르는 법"을 그리신 김정연 작가님은 모든 그림을 일러스트레이터의 벡터로 그리신다는 게 신기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주인공의 얼굴이 엄청 예쁜 타원형이구나 싶었다. 연재를 하실 때 단행본의 스펙을 고려해서 만화를 그리신다고 하셨는데 그게 어떤 걸까 궁금했다.

 

"유미의 세포들" 작가 무빙건ㅋㅋ 이동건 작가님은 웹툰 작가 이전에 다이어리를 꾸미는 스티커 장사를 하셨다는 게 신기했다. 스티커 장사가 안돼서 홍보 차원에서 만화를 그리셨는데 너무 재밌었고, 사람들의 인정과 칭찬을 받아서 웹툰을 본격적으로 그리셨다고 하신다. 재능이 있어서 칭찬을 받으셨겠지만 그전에 만화를 그리는 게 너무 재밌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 않았을까. 내가 가장 재밌어하는 일은 무엇일까?

 

"어쿠스틱 라이프" 난다 작가님은 '좋은 게 있으면 다 들리도록 좋다!'라고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다. '좋다고 표현하지 않으면 사라지더라고요. 그래서 전 요즘 식당에서 음식을 맛있게 먹고 나면 맛있었다고 인사드리고, 배가 불러서 음식을 남겼다면 진짜 너무 맛있는데 안타깝게도 내가 양이 작아서 남긴 거라고 굳이 꼭 말씀드리고 온답니다.' 이 글귀는 너무 좋아서 그대로 이 글에 옮겼다.

 

마영신 작가님의 "아티스트"는 다음 웹툰에서 너무 재밌게 봤었다. https://webtoon.kakao.com/content/아티스트/1492 여기서 볼 수 있습니다 크크

 

웹툰 다음에 인스타툰이 있는 게 꽤 충격적이었다. 나도 인스타툰 즐겨 보고 있었는데 아예 인스타툰이라고 따로 아카이빙 되어있다니. 요즘 들어 인스타그램의 위상이 날로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나도 처음에는 페이스북을 많이 썼는데 지금은 인스타만 하고 있다.

 

인스타는 진짜 불편한 앱이다. 사진은 10장밖에 안 올라가고, 모든 사진은 크기가 똑같게만 게시되고, 유튜브 영상을 링크 걸어서 올릴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NS 중엔 가장 인기가 많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도 페이스북, 네이버 블로그, 인스타그램을 하고 있는데 그중에 인스타그램이 가장 반응이 많다. 편한 앱이 항상 시장에서 1등을 하는 것이 아니다.

 

2층에서는 북 디자인, 도서전에 관한 전시가 있었다. 전시장도 예쁘고 흥미로운 내용들도 많았다. 보는 동안 새로운 영감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주어진 시간은 15분이었다. 급하게 전시를 둘러보아서 아쉬웠다. 도서전 보려면 최소 3시간은 잡고 오시는 게 좋을 것 같다.

살기 힘든 대한민국

나도 부모님 집에 아파트 공화국 책 어릴 때 본 적이 있다

한편에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알랭드 보통의 싸인도 볼 수 있었다. 코로나여도 한국 입국할 수 있나 보다ㅎㅎ

 

도서전을 보면서 느낀 점 들이 많았다. 공대생답게 하나씩 나열해 봐야지.

 

첫째로 '도서전의 규모가 엄청 줄었구나'였다. 저번 코엑스에서 열렸던 서울국제도서전은 엄청나게 컸고, 성심당에서 튀김소보로도 팔았는데 이번에는 참여 부스가 훨씬 적었다. 코로나 때문에 행사의 규모를 줄이라는 규칙이 생겼거나, 전시를 방문할 방문객의 수요가 적을 것을 예상해 참가한 출판사들이 적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로 '나는 책을 읽을 시간이 없구나'였다. 할 일들과 하고 싶은 일들만 해도 시간이 부족했다. 사실 노는 시간에 책을 읽으려면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은 노는 시간도 필요하다. 놀지 못하는 삶은 괴롭다.

 

셋째로 옛날과 달라진 나의 책 취향을 알 수 있었다. 어릴 땐 소설을 좋아했다. 재밌는 이야기에 몰입해서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는 게 행복했다. 하지만 지금은 부동산이나 주식, 재테크 책이 더 눈에 띄었다. 요즘 대학 동기 친구들을 만나면 대부분 돈 얘기다. 사람의 관심사는 계속 바뀌기 때문에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돈이 많고, 집이 있다면 재테크를 계속 공부할까? 물론 부를 더 불리고 싶은 사람들은 그러겠지만 나는 내가 좋아하는 소설, 만화책들을 읽을 것 같다. 하고 싶은 일들은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계속 미룬다는 생각이 든다.

 

넷째로 '좋아하는 일들이 많을 때 무엇을 선택할지, 꿈, 판타지, 무의식, 포스트 아포칼립스(세계 종말 이후의 이야기)'에 대한 관심이다. 책을 많이 읽거나 사진 않지만 위와 같은 주제의 책들이 눈에 띄었다. 꿈같은 이야기의 만화책을 두권 사 왔는데 기대된다.

 

다섯 번째로 '내 홈페이지를 만들고 싶다'이다. 나는 개발자인데 내 홈페이지를 만들어 내가 만든 것들을 아카이빙 하는 웹사이트를 만들어 보고 싶다. 웹으로 예술을 하는 작업도 해보고 싶고. 회사에서는 React를 하고 있으니 Vue로 해봐도 좋을 것 같다.

 

여섯 번째로 '남자는 책을 안 보는구나'였다. 도서전에는 남녀 비율이 거의 2:8로 여자분들이 훨씬 많았다. 왜 여자분들이 더 책을 많이 읽을까? 생물학적인 차이 때문일까, 사회적인 요인 때문일까? 나도 그렇지만 남자들 참 책 안 읽는구나 싶었다.

 

어쨌든 도서전은 너무 좋았다. 새로운 생각, 영감, 자극, 동기부여가 마구 샘솟았다. 비록 갈 땐 귀찮지만 이런 문화생활 자주 해야겠다.

 

20시에 전시에 나와 근처에 찜해뒀던 '탐광'이라는 에비카츠 집으로 향했다. 특이하게 새우 4마리의 단면이 보이는 에비카츠였다. 통통하게 살찐 새우살, 바삭한 튀김, 포슬포슬한 계란, 달콤한 소스가 밴 양파, 계란 밑에 보너스처럼 느껴졌던 돈카츠, 매콤한 정구지가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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